외환보유고의 증감으로 나타나는 중앙은행의 외환시장개입은 국제수지의 균형달성에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중앙은행의 개입정도 및 방법은 환율제도에 따라서 커다란 차이가 있습니다. 환율제도에는 자유변동환율제도와 고정환율제도가 있고, 그중에서 고정환율제도와 고정환율제도에서의 환율정책의 효과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고정환율제도
고정환율제도는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환율을 특정 단일통화나 복수통화에 대해 일정 수준으로 고정시키는 제도입니다. 역사적으로 이러한 고정환율제도는 1970년대 초까지 오랫동안 세계 각국이 채택한 환율제도였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1870년대부터 국제적으로 확립된 금본위제도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통화기금에 의해 운영된 브레튼우즈체계 입니다. 금본위제도에서 환율은 금을 통하여 고정되었습니다. 브레튼우즈체제에서는 미국의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정하고 달러화의 가치는 금과의 일정한 교환비율로 고정시키는 한편, 다른 나라의 통화는 달러화와 일정한 교환비율을 유지함으로써 환율을 고정시켰습니다. 한 나라가 고정환율제도를 채택하면 고정된 환율 수준은 그 나라의 국제수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칩니다. 가령 고정환율제에서 국제수지 적자가 발생하면 외환시장에서는 외환의 초과수요가 발생합니다. 외국의 재화나 자산을 구입하기 위한 외화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사전에 결정된 고정환율을 유지하려면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외환부족액만큼을 공급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경제상황이 변하면 과거에 정해 놓은 고정환율수준에서 민간부문의 외환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지속적으로 괴리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만성적인 국제수지 적자가 발생하면 중앙은행이 언제까지나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고정환율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이 곧 바닥을 드러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때 고정환율제도에서 한 나라가 고정환율 수준을 인상시키는 것, 즉 자국통화의 가치를 외국통화의 가치에 비해 하락시키는 것을 평가절하라고 합니다. 반대로 한 나라가 고정환율 수준을 인하시키는 것, 즉 자국통화의 가치를 외국통화의 가치에 비해 상승시키는 것을 평가절상이라 합니다. 한편 고정환율제도에서는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과정에서 국내통화량의 변동이 유발됩니다. 예를 들어 주어진 고정환율 수준에서 국제수지 적자에 따른 외환의 초과수요가 발생할 때 중앙은행이 고정환율을 유지하기 위해 외환시장에서 외환을 팔고 자국통화를 사면 자국통화가 중앙은행으로 환수되어 통화량이 감소합니다. 반대로 중앙은행이 외환을 사들이면 자국통화가 발출되어 통화량이 증가합니다. 이와 같이 고정환율제도에서는 외환시장에서 환율을 안정시키는 대가로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독자적으로 통제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이때 중앙은행은 고정환율 유지의 부산물인 통화량 변동을 상쇄하기 위하여 외환매매와 반대방향으로 국공채와 같은 보유 유가증권을 사고파는 공개시장운영을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중화정책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고정환율제도에서 국제수지의 적자나 흑자가 발생했을때 중앙은행이 외환을 사거나 파는 과정에서 국내통화량의 변화는 그 자체가 국제수지 적자나 흑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이처럼 고정환율제도에서는 평가절하와 같은 환율변화 없이도 국제수지 불균형이 조정될 수 있습니다.
고정환율제도에서의 환율정책
최초의 총수요균형점에서 중앙은행이 평가절하를 단행하여 고정환율 수준을 올렸다고 가정하면, 환율이 상승함에 따라 수출이 증가하고 수입이 감소하여 순수출이 증가할 것입니다. 이때 국내이자율이 국제이자율보다 높기 때문에 해외자본이 대규모로 유입되어 국제수지 흑자가 발생하고, 환율하락을 막기 위한 중앙은행 개입(외화 매입과 자국통화 매도)의 결과 국내통화량이 증가합니다. 요약하면 고정환율제도에서 평가절하는 총수요측면의 균형총산출량 또는 균형국민소득과 소비를 증대시킵니다. 투자는 국제이자율이 불변인 한 최종 균형에서 변하지 않습니다. 평가철하는 순수출을 증가시키는 반면, 소득 증가는 수입을 증가시켜 순수출을 감소시킵니다. 그러나 생산물시장의 균형에 의하면 소득의 증가와 이보다 작은 규모의 소비 증가, 투자 및 정부지출 불면은 순수츨 증가를 의미하므로 경상수지는 호전될 것입니다. 이렇게 수출과 수입을 통해 총수요와 국민소득에 영향을 미치는 환율정책은 J커브 효과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시차를 두고 거시경제변수들에 영향을 미칩니다. 환율이 상승할 때 시간의 흐름에 따라 경상수지가 J자 모향을 띠면서 변화하기 때문에 J커브 효과라고 부릅니다. 실제로 환율정책이 국민소득에 미치는 효과는 비교적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또한 평가절하는 국민소득 증가와 함께 국제수지도 호전시킬 수 있으므로 고정환율제도를 채택한 소개방경제가 선호하는 정책 수단이 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고정환율제도에서 환율정책은 국가 간 협의를 거쳐야만 가능합니다. 즉, 고정환율제도에서 환율은 중앙은행의 정책변수이긴 하지만 조정에 많은 제약이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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