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좁은 의미에서의 자기이익을 챙기고 가용한 모든 정보로부터 아무런 오류를 범하지 않으면서 의사결정을 위한 추론을 도출한다고 가정하는 표준적인 합리적 선택 모형들은 현실 상황에서 실제 사람들이 내리는 결정을 늘 정확하게 예측하지는 못합니다. 이러한 자기이익 모형과 표준적인 합리적 선택 모형에서 벗어나는 요인들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자기이익 모형의 기회주의
모두가 기회주의적으로 행동한다고 가정하는 자기이익 모형은 우리가 현실에서 목격하는 사람들의 행태와 배치되는 예측들을 많이 내놓습니다. 자기이익모형이 예측하는 바대로 행동하지 않는 이들은 설령 자신이 그렇다는 것을 알더라도 대개 후회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미래에 자신의 편협한 이익에 반하여 행동하도록 요구하는 믿을만한 약속이나 위협을 하지 못할 때, 서약의 문제가 자주 발생합니다. 서약을 지키지 못하면 비용이 발생합니다. 철저하게 자기이익을 추구하는 선호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알려지는 것이 오히려 서약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크게 유용할 수 있습니다. 철저하게 자기이익만을 추구하지 않을 수도 있는 선호가 현실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하려면, 다른 이들이 그 사실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무런 비용이나 불확실성이 없이 선호를 관측할 수 있다면, 세상에는 협조적인 사람들만이 존재할 것입니다. 그러나 선호를 관측하는 데에는 비용이 발생하는 동시에 불확실성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자기이익모형에서 가정하는 기회주의적인 사람들이 늘 존재할 것입니다. 타인들의 이익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그로 인해서 심지어 순전히 물질적인 차원에서라도 손해를 감수할 필요는 없습니다. 타인들은 이렇게 이타적인 사람들을 식별해 낼 수 있기 때문에 기회주의자들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기회가 이타적인 사람들에게 주어질 것입니다. 사람들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효율적인 방식을 찾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가 현실에서 보는 사람들의 실제 행동들이 기본적인 합리적 선택 모형이 예측하는 많은 바와 배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들은 종종 매몰비용을 무시하지 못합니다. 사람들은 날씨 좋은 날 야외 코트에서 테니스를 즐기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말하면서도 매몰비용을 무시하지 못해 실내 코트에서 테니스를 합니다. 사람들은 연주회 입장권을 분실했을 때 동일한 가격의 현금을 분실했을 때와 다르게 행동합니다. 이러한 경우에 사람들은 자신들이 합리적인 선택에서 벗어난 행동을 보였다는 점을 나중에 종종 후회합니다.
표준적인 합리적 선택 모형에서 벗어나는 요인
사람들은 결정을 내릴 때 복잡성을 줄이기 위해서 심적 회계체계를 자주 사용합니다. 그러다가 합리적 선택의 공리들을 위배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합리적 선택에서 벗어나는 몇몇 중요한 사례들은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묘사한 비대칭적 가치함수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총재산에 대해서 정의된 효용함수를 사용하는 합리적 선택 모형과는 대조적으로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사람들의 실제 행태를 묘사하는 데 유용한 이론을 제시하였고, 총재산이 아니라 재산의 변화에 대해서 정의되는 가치함수를 사용하였습니다. 전통적인 모형과 달리 이득보다 손실에 훨씬 더 큰 결정 가중치를 둡니다. 이로 인해서 사람들의 결정은 다양한 대안들을 어떤 틀에 의해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종류의 손실이 이보다 약간 더 큰 이득과 결합되어 나타나는 경우, 합리적 선택 모형에서는 순효과에 의거하여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그러나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이득과 손실이 개별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에 사람들이 두 사건의 영향을 결합하여 순효과를 생각하기보다는 따로 떼어내어 평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득의 영향력보다 손실의 영향력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어떤 손실이 이보다 약간 더 큰 이득과 결합되어 순효과가 분명히 양의 결과로 나타난다고 해도 사람들은 손실과 이득을 별개로 평가한 뒤 두 결과를 합치므로 순효과가 음이라고 인식합니다. 최적의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되는 또 다른 요인은 우리가 다양한 소비 유형을 통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상이한 경험을 한다는 점을 제대로 예상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두 개의 상품을 놓고 선택할 때 사람들은 결정의 순간에 더 큰 만족을 주는 대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경헌에 따르면 어떤 상품이나 활동이 주는 만족은 시간이 흐르면서 급격히 감소하는 데 비해서, 다른 상품이나 활동은 시간이 지나면서 만족감이 천천히 줄어들거나 오히려 더 큰 만족감을 주기도 합니다. 문제는 우리가 전자에 속하는 상품이나 활동을 너무 많이 소비하고 후자를 너무 적게 소비한다는 점입니다. 합리적 선택에서 벗어나는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사람들이 중요한 결정 요인들을 추정하는 데 사용하는 의사결정의 지름길인 휴리스틱들 때문입니다. 특히 사람들은 특정 범주의 사건들이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지 추정하면서 적절한 예를 얼마나 쉽게 떠올리는지에 따라 추정하는 적절한 예를 얼마나 쉽게 떠올리는지에 따라 추정하는 가용성 휴리스틱을 사용합니다. 이로 인해 예측가능한 편의가 발생하는데, 사람들이 사건을 얼마나 쉽게 떠올리는지는 실제 빈도가 아니라 다른 요인들에 의해서 큰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생생한 사건이나 중요 사건들 그리고 쉽게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사건들의 빈도를 과대 추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다른 중요한 휴리스틱은 대표성 휴리스틱입니다. 사람들은 어떤 항목이 특정 범주에 속할 확률을 추정할 때, 그 항목이 해당 범주를 얼마나 잘 대표하는지에 따라 판단합니다. 이러한 사고방식 때문에 상당한 편의가 자주 발생하는데 대표성은 실제 확률을 결정하는 여러 요인들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수줍음이 분명 사서들의 성격 특성을 나타낼 수도 있지만 현실에서는 사서보다 영업직 사원이 훨씬 많기 때문에 무작위로 뽑힌 수줍음 사람은 사서보다는 영업직 사원일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기준점 설정과 조정은 중요한 결정 요인들의 예측에 편의를 발생시키는 세 번째 휴리스틱입니다. 사람들은 자주 편리한 기준점을 정한 뒤 거기서부터 잠재적으로 관련이 있는 다른 정보들을 이용해서 조정을 해 나가는 방식으로 예측을 합니다. 합리적 선택에서 벗어나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인식의 정신물리학을 들 수 있습니다. 정신물리학자들은 어떤 자극의 간신히 감지해 낼 만한 변화는 그 자극의 처음 수준에 비례한다는 점을 알아냈습니다. 이는 단순히 소리나 무게 등의 물리적인 자극뿐만이 아니라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인 경우에도 타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합리적 선택이 어려운 이유는 사람들이 비교하기 까다로운 대안들을 놓고 선택하는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합리적 선택 모형에서는 우리가 선호 순위를 완전하게 매길 수 있다고 가정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는 매우 단순한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는 경우에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때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합리적 선택이 어려운 이유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이득이 된다고 믿는 계획을 실행에 옮길 의지력이나 자제심이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 사람들은 유혹에 빠지기 쉽지만 분명히 자신에게 득이 되지 못하는 대안을 아예 접하지 못하도록 멀찍이 떼어놓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의 선택 행태를 설명하는 여러 행태 모형들은 합리적 선택 모형보다 실제 결정을 훨씬 더 잘 예측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행태 모형들은 결코 규범적인 처방을 내리지 않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때때로 매몰비용을 무시한다고 행태 모형들이 예측한다는 사실을 우리가 매몰비용을 무시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됩니다. 합리적 선택 모형은 우리가 매몰비용을 무시함으로써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이 점에 대해서 심사숙고해 본 사람들은 대부분 강하게 동의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선택에 관한 행태 모형들은 우리가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서 자주 빠지는 함정을 피하도록 돕는 중요한 도구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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